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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kkviad5
전례자료
작성일 2002-02-24
ㆍ조회: 1596  
재의 수요일
- 은총의 또 다른 시작

우리는 많은 사물을 접하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과 여러 종류의 관계를 맺고 있다. 이것은 만남이요 접촉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느낌이 있다. 기분 좋게 하는 것, 기쁘게 하는 것, 행복하게 하는 것,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 의미를 느끼게 하는 것 등 여러 느낌이 있다.
이러한 느낌들을 가져다주는 만남과 접촉은 많은 경우 표징과 상징들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우리는 표징과 상징들을 통하여 그 내면에 감춰진 사실과 의미를 이해한다. 그것들은 자연적일 수도 있고 인위적일 수도 있다. 연기가 나는 곳에 불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빨간 불이면 서고 파란 불이면 갈 수 있는 신호등이 그런 것이다.

그러나 표징이 말해주는 것은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띠기도 한다. 예컨대, 같은 연기라도 연기의 종류나 형태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교황님 선거 때에 올리는 검은 연기는 아직 뽑히지 않았다는 신호이고, 흰 연기는 새 교황님이 탄생하였다는 뜻이 된다. 또 봉화대에서 올리는 연기 형태와 수에 따라 그 전하는 의미가 다르다.
표징과 상징, 그것은 우리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이해하고, 하느님의 뜻을 깨닫고, 의미를 알아듣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특히 교회의 전례생활 안에 표징과 상징이 많이 쓰이고 있다.

전례주년 안에도 표징과 상징이 많이 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면서도 우리는 상징물을 이용한다. 그것은 '재'이다. 사순시기를 처음 시작하면서 우리는 머리에 재를 받는다. 그리고 재가 뜻하는 상징을 통해 사순시기의 삶을 묵상하고 그 의미를 실천한다. 그래서 사순시기 첫머리에 이 깊은 의미를 되새기는 날을 '재의 수요일'이라 한다.
그렇다면,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이 날에 재라는 상징물이 우리에게 전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재의 예식에 쓰는 재를 마련하기 위해 한 해 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썼던 나뭇가지 곧 성지(聖枝)를 모아서 태운다. 그것은 교회 예식에서 쓰던 물건에서 소재를 얻을 때에 예식의 표징에 가장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 재나 쓰는 것은 곤란하다. 휴지를 태운 재나 담뱃재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이렇게 성지를 태워서 얻은 재를 우리는 재의 예식에 쓴다. 우리는 재를 받으면서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기억하라."(창세 3,19)는 말씀이나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는 말씀을 듣는다. 재가 갖는 상징과 함께 그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인간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로 삶과 죽음이 하느님의 손에 달려있음을 일깨우는 것이며, 그래서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자신의 삶을 바꾸어 하느님께로 향하도록 하라는 회개의 호소인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자. 재라는 상징물은 재를 받는 예식을 통해 우리에게 세 가지 의미를 설명해 준다.
① 먼저 재는 '열정'을 뜻한다. 재는 불로 태운 것이다. 불로 시련과 단련을 받았다. 그래서 자신을 모두 태워버린 것이다. 가곡의 노랫말처럼 '탈 대로 다 탄 것'이 곧 재이다. 불로 자신을 태우듯이 사순시기를 지내는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열망과 열정으로 자신을 온전히 태워버리고 살아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② 또 재는 '정화와 순수'를 뜻한다. 그렇다. 재는 태울 것을 다 태웠기에 모두 소독되었고 깨끗한 것이다. 무균질이다. 그래서 '정화'를 뜻한다. 또 더 이상 태울 것이 없다. 탈 수 있는 것은 다 태워서 제거되었다. 그래서 '순수'를 뜻한다. 재를 받고 살게 되는 사순시기는 자신을 깨끗하게 정화하고 순수한 본래의 모습, 흙과 같은 존재, 더 이상 태울 것이 없는 자신의 것으로 남는 생활이 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③ 그리고 재는 '밑거름'이다. 우리는 더 이상 쓸 곳이 없다고 생각하여 흔히 재를 버린다. 하지만 자연의 이치는 그렇지 않다. 재는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며, 새로운 생명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거름이요 가장 좋은 비료이다. 재를 받고 살아가는 우리의 사순시기는, 그래서 새로운 삶을 출발하고 그리스도 부활이라는 새 생명을 향한 밑거름과 같은 생활이 되어야 함을 일깨워준다.

이렇게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인 재의 수요일은 '재의 예식'을 통해 우리에게 사순시기의 참 의미를 깨우치고 또 부활을 준비하게 만든다. 이날 독서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재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모든 이가 '참회'하라는 요엘 예언자의 호소를 들으며(요엘 2,12-18), 그럼으로써 하느님과 '화해'하라는 바오로 사도의 권고가 들린다(2고린 5,20-6,2). 그래서 우리는 사순시기 동안 실천하게 될 '자선과 기도와 금식'을 가르쳐주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다(마태 6,1-6.16-18).

사순시기! 사순시기는 40일을 가리키지만, 시작이 중요하다. 이렇게 재의 수요일은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첫날로서 '재의 예식'이라는 상징을 통해 더욱 깊은 의미에서 이 시기를 맞도록 해준다.

때가 되어 주일에만 덜렁 성당을 찾아 사순시기를 지낼 것이 아니라, 평일인 재의 수요일 예식에 참여해 보자. 사순시기는 참으로 은총이 풍부한 시기이다. 단지 수난과 고통만을 생각하는 때가 아니다. 본래 우리의 모습, 하느님께서 우리를 지어내신 그 모습을 되찾게 하는 은총이 풍성한 시기이다. 그 '은총의 또 다른 시작'을 이 재의 예식을 통해 의미를 새겨보자. 그래서 사순시기를 거룩하게 지내도록 하자.

<나기정 다니엘 신부, 대구효성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경향잡지 2000년 3월호 / CBCK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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